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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사진은 언제 완성되는가???




대부분의 창작물들은 머리속에 스치는 느낌에 의해 창작의 시작단계에서 대부분 결정된다.
물론 글과 같은 창작물들은 글을 써나가는 과정에 새로운 주인공의 등장으로 이야기의 색채가
바뀌기도 하지만, 최초 작가의 머리속에 떠올랐던 심상을 바탕으로 큰 틀의 수정없이 전개되는게
일반적이다.

사진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촬영자의 머리속에는 이미 자신이 느낀 이미지가 그려져있는 상태가된다.
촬영한 이미지의 느낌이 이와 다른 느낌이 날때는, 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때(빛, 순간...)를
더 기다린다거나, 설정이나 프레임을 바꿔 다시 촬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시의 설정이나 프레임의 변화로도 원하는 바를 해결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일필휘지할 수 있는 천재적인 예술가가 아닌 이상, 촬영시점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한것이야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위에 있는 두 사진은 한장의 원본사진으로부터 보정된 사진들이다.
이 사진을 찍었던 곳은 태국 파타오라는 섬의 해변으로, 보트위에 앉아있는 소년은...
나를 건너편섬으로 태워다 줄, 자신의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하늘에는 흐린 구름으로 채워져있었고, 물결은 거세지는 않았지만 뿌연 모래빛이었다.
빛 방울이 조금 떨어지고 있었고, 우리를 태워줄 뱃사공은 자신의 보트를 가져오기위해
저 멀리 있는 보트까지 헤엄쳐가고 있는 중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위 상황에 어울리는 이미지는 왼쪽의 컬러이미지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소년이 기다리고 있던 그 상황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파타오 주민들에게 저정도의 바다물결은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평범한 출렁임이었고,
소년은 아빠가 배에 헤엄쳐가는 동안 나와 장난도 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옥빛의 잔잔한 바다와 소년의 노란옷때문에 전체적으로 차분함과 정적인 느낌이 나는
좌측의 컬러사진이 그 때의 상황과 더 잘어울린다.

우측의 사진은 이와는 정반대의 느낌으로 보정된 사진이다.
모노톤으로 변환되었고 컨트라스트가 강조되었다. 색채가 보여주던 따스함이 없어지면서
흑백으로 표현된 물결이 컬러이미지보다 극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하늘이 더 어둡게 표현되어 컬러이미지의 차분함은 없어지고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물론 나는 저 자리에 있었기에, 모노톤의 사진이 허구라는 것을 안다.
모노톤의 사진은 촬영당시의 상황을 왜곡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 상황을 알지 못한채 사진을 보는 이들은 어떻게 느낄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밋밋한 느낌의 컬러사진보다는 모노톤의 사진에서 더 강한 인상을 받을것이다.

사진속 상황이 어떠했는지 촬영자가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보는 사람들은 사진속 상황이 허구인지 아닌지를 모른채로 사진을 보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진은 작가의 의도가 개입된 채로 공개되며, 그 개입은 톤보정과 같은 리터칭 수준일수도 있고,
피사체의 삭제나 추가와 같은 합성일 수도있으며, 사진을 감싸는 액자조차도 의도가 개입되는
형태의 하나라 할 것이다.

결국 보는 이들은 그 개입을 인지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진에 개입된 작가의 의도에 영향을 받게된다.

그렇다면 사진의 완성시점은 언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사진이 찍혀진 순간? 작가의 의도가 개입된 결과물?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해석?
촬영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사진을 공개하는 시점이라 할 수 있겠으나,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사진은...
그 사진을 보고 해석하는 사람들에게 가서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글/사진 by 쑤굴(http://goodphoto.kr)


Picture with 'SIGMA SD14 + Sigma 18-50 > RAW retouching by Adobe Light Room(톤보정) > Photoshop Resize'

 

PS> 사진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정식으로 배운적도없는 아마추어입니다.
       제가 느끼는 사진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정리해보고, 저 자신을 뒤돌아보고자 기록하는 글들이니,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