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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Study [사진강좌]/사진 강좌

쑤굴의 아사이 vol.1 - 비 오는 날에 만나는 자연의 아름다움 (빛에 대하여)



# 0. 프롤로그


반갑습니다. 온라인에서 쑤굴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수근입니다.

사진이라는 취미를 매개체로 이렇게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게 되어 정말 기쁘고 행복하네요.
사진은 창작이라는 점에서 예술의 한 분야이기도 합니다만, 누구나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래나 스포츠처럼 이미 대중적인 문화 생활의 한 분야가 된지 오래인 듯 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한 도구나, 여가생활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진을 즐기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카메라가 너무 고가였던 시절에는 사진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엔 힘든 비싼 취미 중에 하나였습니다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필름사진 대신,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사진을 배우려고 하시는 분들도 자연스레 많아졌고, 맘만 먹으면 쉽게 사진을 배울 수 있을 만큼 온라인에는 자료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노출, ISO, 기타 등등의 카메라와 기본지식들을 인터넷에서 찾는 게 어렵지 않게 되었죠.

처음 사진을 배워보겠다고, 혼자 이것 저것 자료 찾던 때가 생각나네요. 누구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 이 자료 저 자료 어렵게 찾아서 읽어보다가, 결국은 혼자서는 안되겠다 싶어 사회인 동호회에 들어가서 스승 같은 형님한테 사진을 배운 게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문 포토스쿨 같은 곳에서 시작할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시간과 비용은 바삐 살아가는 직장인에게는 그리 만만히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지금이야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제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경험담을 쓸 정도가 되었습니다만,
저도 사진에 대해서는 셔터만 누르면 찍히는 줄 알았던 그런 때를 거쳤습니다. 아직도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있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적어도 지금은 제가 피사체를 보면서 느꼈던 그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아는 단계는 된 듯 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사진을 시작하시려는 분들은 무엇부터 해야 할 지 아무것도 모를 수가 있습니다. 책을 사서 읽으려 해도,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하는지 모를 수 있죠.

사진이라는 것이 알면 알수록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기도 한 반면에, 어느 정도까지 레벨 업을 하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은 취미이기도 합니다. 사진기를 다루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습득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지금 당장 조작법을 몰라 어려워하시기 보다는 사진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고민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즉, 아기들의 사진을 찍고자 하는 아빠엄마라면 사진을 찍어서 육아 일기를 써보겠다는 목표를 세우셔도 좋겠고,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우리나라의 경치 좋은 곳은 다 다녀보고 사진으로 관광지도를 작성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도 가능하겠죠. 이런 목표가 세워지면 여러분의 사진 생활은 더 의미 있어지고, 더 빠른 속도로 레벨 업이 될 것입니다.

제 예를 들자면, 처음부터 사진에 관심이 있었다기 보다는...... 사진으로 꽃의 아름다움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에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남자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원예 반을 했을 정도로, 꽃을 너무 좋아했었는데...... 누이가 식물원에서 찍어온 꽃 사진(덴파레) 한 장을 우연히 보고 나서 '바로 이거야'라고 머릿속에서 되뇄던 게 지금까지 제가 취미로 사진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습니다.

‘보고 싶을 때면 언제나 그 아름다운 모습을 꺼내 볼 수 있게 꽃 사진을 남기자’라는 단순한 생각이 제가 사진을 하게 된 이유였고, 지금까지도 제 사진생활의 큰 줄기가 되고 있습니다. 꽃 사진으로 시작을 했습니다만, 지금도 제가 경험했던 아름다운 시간들을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하고 그 사진들을 꺼내 보는 즐거움에 사진을 찍고 있다고 할까요.

주제 넘게 지면을 빌려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만, 전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서 제가 추구해온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그 과정 중에 기본적인 사진 지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드리고, 피사체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처럼 기술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가져보고자 합니다.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많은 사진관련 지식들과는 다른 내용이 될 듯 합니다만, 모쪼록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좀더 빨리 사진 실력을 늘리려면?

취미로 사진을 배우시는 분들에게 있어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자신에게 지식을 나눠주실 수 있는 분들과 사진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호회에서 함께 촬영을 나가고 찍을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품평회 같은 것이 가장 좋은 예입니다. 그런 시간은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거든요.

오프라인 활동이 힘들다고 하면,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에서 좋은 사진을 보았을 때 ‘어떻게 찍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해보거나,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며 좋은 점과 고쳐야 할 점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는 것도 오프라인 품평회 못지 않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공간은 참 유익할 거란 생각이 드네요.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솔직한 생각들을 공유 할 수 있는 공간이 온라인에는 그리 많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비록 제가 전업작가와 같은 프로사진가는 아닙니다만, 제 사진과 생각을 공유하고 읽어주시는 분들의 느낌을 피드백 받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 저도 좋고, 독자 분들도 좋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온라인에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활동해오면서, 이런 시간이 참 아쉬웠었는데 정말 기대 되면서도 걱정이 앞서네요.

편하게 읽어주시고, 제 글에 부족한 것들이 있을 때면~ 꼭, 읽으신 후에 댓 글로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저 또한 다시 피드백을 드리겠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저나 여러분들이나 좀 더 사진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앞에 올린 사진모음은 앞으로 이야기를 해볼 사진들을 추려 정리해봤습니다. 앞으로 찍게 될 다른 사진들을 샘플로 쓸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략 이런 사진들로 이야기를 하겠구나 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쑤굴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진이란 무엇인가?

앞에 꽃이 좋아 사진을 시작했다는 제 말에 오해 하실 까봐 적어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진이란 보여지는 사진 속의 모습만 아름다운 그런 사진이 아니랍니다. 일 예로 눈 속에 피어난 설화사진이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만, 그 설화를 찍겠다고 자연히 뚫고 올라와야 눈 더미를 쓱싹쓱싹 치우고 찍어놓은 설화사진이라면 전 아름답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 눈을 헤치고 못나왔다면, 다음날 또 방문을 하던가 햇빛에 눈이 녹기를 기다려야죠. 꼭 꽃 사진뿐 아니라 풍경, 인물사진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피사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면서, 단지 사진만을 위해 뭘 해도 좋다는 식의 자세로는 절대 아름다운 사진을 담을 수 없을 겁니다. 생태 사진 찍으면서 생태계를 훼손하거나, 인물 사진 찍는다고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본인만 앞으로 나가 들이 데고 촬영하는 그런 모습들 좋지 않습니다. 그런 사진으로 공모전에 나가 대상을 받는다 한들, 다른 사람은 사진을 보고 감탄할 지언 정, 자신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부디 사진하시는 모든 분들이 아름다운 사진생활을 하실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001. 비 오는 날에 만나는 자연의 아름다움

 


여러분들께서는 사진을 언제 가장 많이 찍으시나요?
언제라는 말에는 너무 많은 예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아마도 실내사진을 제외한다면 통틀어서 ‘날씨가 좋을 때’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하실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좋은 날씨라는 말에는 빛이 좋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그 좋은 빛에서 사진을 담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분명 좋은 사진이 나올 확률이 더 많습니다.

궂은 날씨의 하늘 보다는 청명한 하늘아래서 찍는 사진이 컨트라스트도 더 높고 선명합니다.

 

# 구름 낀 날씨의 흐릿한 사진과, 쨍 한 날씨의 선명한 사진
흐린 날에는 구름에 의해 햇빛은 확산 됩니다. 이런 확산광 상태에서는 부드럽고 잔잔한 느낌의 사진을 표현 하기에 좋으나 밋밋한 사진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맑은 날에 피사체에 바로 내리쬐는 햇빛을 직사광이라고 하며, 이런 빛은 피사체에 강한 그림자를 만들게 됩니다. 직사광 상태에서는 콘트라스트 차이에 의한 입체감을 표현하기에 좋습니다.



▲ 구름에 잔뜩 흐린 날 서해 제부도 갯벌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구름에 의해 확산된 빛 덕분에 잔잔하면서도 운치 있는 표현이 가능했습니다. 갯벌을 나오시는 분들의 조개 짐이 흐린 날 탓에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 좌측 사진은 13시경 일본 요코하마해양공원에서 찍은 사진이고, 우측 사진은 필리핀 이사벨 리조트에서 11시경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두 사진모두 맑은 날씨에 머리위쪽에서 해가 비치는 상황입니다. 흐린 날 사진과는 다르게 콘트라스트가 높아 선명하고 색감도 더 살아납니다.




# 콘트라스트(Contrast)란 무엇인가?

사진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 부분들의 색상 및 명암의 차이를 말합니다. 흔히들 명암차이(명암대비)만으로 이해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나, 색상에 의한 콘트라스트(색조대비)도 고려해야 합니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사진이란 사진을 구성하고 있는 색상과 명암의 정도 차이가 큰 사진으로 보통 빛이 피사체의 측면이나 후면에서 비치고 있을 때 만들어 지기 쉽습니다. 반대로 흐린 하늘 아래의 산란광이나 피사체의 정면에서 비치는 순광상태에서는 콘트라스트가 낮은 사진이 촬영됩니다.


그리고 하루 중에서도, 한낮에 쨍쨍 내리쬐는 햇빛 아래 보다는 아침 해가 떠올라 피사체를 사선으로 비추고 있을 때와 오후 저녁 무렵에 해가 지기 전부터 지고 나서 어둑해지기 전까지의 시간대가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시간대입니다. 이유는, 한 낮의 햇빛은 파장이 짧은 반면에 아침, 저녁 시간대의 햇빛은 파장도 길고 반사등에 의해 부드러워지기 때문이죠.

아침햇살을 고운 햇살이라고 표현하는 반면에, 정오경의 햇살을 따갑다고 표현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느 빛을 받는 피사체가 더 아름다울지 상상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녁 황혼이 질 무렵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빛 덕분에 생각지 못했던 사진을 담을 수도 있는 말하자면 황금 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하늘에 구름이라도 몇 점 있다면 사진 속에는 멋진 빛이 가득 담길 수 있는 때죠.


# 시간에 다른 광선의 차이 : 아침햇살 사진, 정오경 사진, 저녁 무렵 사진, 황혼시간의 사진




▲ 아침 해가 비치기 시작할 무렵의 사진들입니다. 좌측 사진은 주문진항의 아침풍경이고 우측사진은 옥상에서 바라본 해뜰 무렵의 풍경입니다. 해가 뜨기 전 여명이 밝아 올 때부터 해가 뜬 직후 까지의 빛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이제 막 비치기 시작하는 햇살의 경우는 온 세상을 비스듬히 비치면서 따사로움을 사진에 베어들게 합니다.   





▲ 해가 뜨고 나서 얼마지나고 나면, 붉은 빛은 사라지고 황금 빛의 햇살이 세상을 비춥니다. 물론 직사광일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 때의 광선은 약간 경사를 지고 세상을 비추기 때문에 반 역광으로 사진을 찍기 참 좋은 때가 됩니다. 사진은 전반적으로 따사로운 빛으로 표현됩니다. 좌측 사진은 양수리 두물머리의 아침풍경, 우측은 남애항의 아침풍경입니다.





▲ 맑은 날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의 사진들입니다. 햇 빛에 의한 색변화가 가장 적은 시간이기도 합니다만, 그림자가 피사체의 아래로 눕기 때문에 명암대비에 의한 사진표현에는 좀 부족합니다. 대신 피사체 고유의 컬러를 잡아내기에는 적당합니다. 좌측은 국립박물관의 풍경이고, 우측은 대관령 양떼목장의 능선입니다.





▲ 정오가 지나 3~4시경이 되면, 햇 빛은 다시 따사로와지고 피사체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됩니다. 이 시간부터 해질때까지 골든타임이 시작되고, 사광으로 사진을 찍으면 적당한 콘트라스트와 피사체의 컬러를 모두 표현할 수 있으며, 반역광 상태에서는 햇 빛에 의한 따사로움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좌측 사진은 오후 4시경의 태국 방콕도심의 대학건물이고, 우측 사진은 5시경의 하늘공원 억새밭 풍경입니다.





▲ 해가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은 아침 해뜰때의 여명시간처럼, 하늘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때입니다. 노출 또한 지속적으로 변하는 때라 짧은 시간에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때입니다만, 이 때의 햇 빛은 극적인 표현을 하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입니다. 이 때의 사진은 가급적 해를 등지기 보다는 해가 있는 쪽의 하늘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보다 아름다운 표현이 가능합니다. 좌측 사진은 석모도의 갯벌 일몰 풍경이고, 우측 사진은 하늘공원의 일몰 풍경입니다.





▲ 해가 지고 나면 아침의 여명때처럼 하늘 빛이 고운 때가 됩니다. 다만, 아침 여명때의 빛이 푸른 빛에서 붉은 빛으로 물든다면, 저녁 황혼의 빛은 황금 빛에서 보라 빛으로 물드는 차이가 생깁니다. 져무는 햇살이 비치는 도심을 황금 빛으로 물들일 수도 있고, 해진 후에 도심의 야경을 찍는 것도 컴컴한 밤에 찍을 때보다 더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 줍니다. 좌측 사진은 해질무렵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도심의 풍경이고, 우측사진은 월드컵공원에서 해진직후에 바라본 하늘입니다.

 


제가 시작하면서 질문을 던졌던 ‘언제 사진을 찍으시나요?’라는 질문은 결국 어떤 빛으로 사진을 찍으시는지 여쭤 봤던 것입니다. 앞에서 몇 가지 빛에 대한 예를 들었습니다만, 시간에 따라 빛의 성질이 변하기도 하고, 빛이 관통한 물질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빛들의 성질에 따라 사진의 결과물도 달라지겠죠.

그리고 빛 성질 자체는 동일하더라도, 피사체에 도달하는 빛의 방향에 따라서도 사진은 달라지게 되죠. 빛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은 꼭 풍경사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인물, 생태, 실내사진까지…… 모든 경우에 보다 낳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됩니다.

 

# 광선의 종류에 따른 빛의 성질

직사광: 광원으로부터 피사체에 직접 닿는 빛을 말합니다. 햇빛의 경우라면 구름 한 점 없는 날 피사체에 곧바로 도달한 빛이 될 것이고, 스트로보의 경우라면 디퓨저나 바운스치는 것 없이 바로 인물에 발광한 빛입니다. 이런 빛들은 사진에 강한 콘트라스트를 생성하게 되는 경향을 갖습니다.

확산광: 광원으로부터 출발한 빛이 어떤 물질을 거치면서 확산된 상태를 말합니다. 직사광에 비해 많이 부드러운 성질을 가지므로 콘트라스트가 낮아 인물 사진이나 부드러운 표현에 좋습니다. 확산광은 빛이 통과하는 물질에 따라 색도 함께 변하게 됩니다.

반사광: 우리가 보는 세상의 물건들은 모두 빛을 반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꼭 거울에 의한 반사뿐 만 아니라, 지표면에 의한 반사, 건물벽에 의한 반사등도 반사광에 해당합니다. 이 빛의 특징은 반사재질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거울에 의한 반사는 거의 직사광과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되지만, 흰 종이와 같은 재질은 확산광처럼 부드러운 반사효과를 보이게 됩니다. 인물사진에서 직사광에 의한 그림자를 보완하기 위해 반사판을 사용하는 경우가 그 예에 해당합니다.


# 방향에 따른 빛의 성질
순광: 카메라가 있는 방향에서 피사체로 향하는 빛입니다. 피사체에 명암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입체감이 떨어지긴 합니다만, 노출에 별 어려움이 없어 촬영하기에는 쉬운 빛입니다.

역광: 피사체의 뒤쪽에서 비춰지는 빛입니다. 카메라로 쳐다보는 피사체는 어두워지고 배경은 밝기 때문에 노출차이가 커집니다. 보통은 암부를 어둡게 하는 방법으로 피사체의 형태만을 강조한 실루엣사진을 만들거나, 암부쪽에 보조광선을 비춰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측면광: 피사체의 좌우 측면에서 비춰지는 빛으로 피사체는 빛을 받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두 부분으로 나눠지게 됩니다. 역광보다는 덜 하지만, 큰 노출차이가 생기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사광: 카메라의 좌우측면에서 피사체로 향하는 빛입니다. 빛을 받은 부분이 그렇지 않은 부분보다 많게 되며, 사진은 입체감을 가지게 됩니다.

반역광: 피사체의 좌우 뒤쪽에서 비춰지는 빛입니다. 빛을 받은 부분이 그렇지 않은 부분보다 적게 되며, 피사체의 형태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좋습니다.

# 색 온도에 따른 빛의 성질
모든 물체는 물체 고유의 색에 그 물체에 비치는 광원의 색이 혼합되어있으나, 사람은 그 물체가 갖고 있는 색만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같은 초록 색의 나뭇잎을 사람은 아침이나 한 낮이나 해질녘조차 거의 같은 초록색으로 인지하게 되지만 카메라에 사용되는 컬러 필름이나 디지털 카메라의 CCD 는 물체 자체의 색과 여기에 광원의 색이 혼합된 색으로 받아들이고 또 그대로 표현이 됩니다. 육안으로 보는 물체의 색감과 인화된 사진이나 모니터에서 보여지는 결과물에서의 색감이 다른 것은 이러한 차이에 기인합니다.
색 온도는 상승할수록 빛이 암갈색에서 주황, 노랑, 흰색, 파랑으로 변하게 되는데 자연광의 경우 시간이나 계절, 구름의 많고 적음 등의 날씨에 따라 달라져 맑은 날 한낮의 태양광이 대략 5500°K 이며 아침이나 해 질 무렵의 태양광은 이보다 색 온도가 낮아져 붉은 색을 많이 띠게 됩니다.


 

 

빛의 성질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에 더 다양한 샘플사진들을 보여드리면서 이야기 해보기로 하고, 오늘 이야기 하려 했던 ‘비 오는 날에 만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

빛에는 저마다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꼭 좋은 날씨에만 좋은 빛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즉, 날씨 좋은 날에만 사진을 찍어야 한다라는 것은 빛을 잘 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 대표적인 예가, 꽃 사진에 해당됩니다. 꽃 사진은 빛이 피사체에 비쳐서 높은 콘트라스트의 그림자를 만드는 상황 보다는 오히려 차분하게 확산된 빛이 꽃의 색감을 더 풍부하게 표현해줍니다.

 

 
촉촉히 젖은 원추리 꽃의 사진입니다. 오전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으나 이슬비가 조금씩 내리는 와중이라 광선에 의한 그림자 없이 발색이 무척 좋습니다. 더군다나 빛 방울이 자연스레 맺혀 무척 생기가 느껴지게 됩니다.

 
아래는 위에 사진들을 찍었던 원추리 밭의 상황입니다.





다른 사진들을 좀 더 보겠습니다. 아래 보시는 사진들은 모두 원추리 사진과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금꿩의 다리’는 1m 가 넘는 키에도 줄기가 가늘어, 작은 바람에도 잘 흔들리기 때문에 촬영이 까다로운 꽃 중에 하나입니다. 특히나 이 꽃은 잔 꽃들이 송알 송알 피어나기 때문에 강한 태양광 아래서는 그 가녀리고 고운 느낌표현에 한계가 있는 꽃이죠. 하지만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바람이 거의 없었기에 날씨 좋은 날에는 표현할 수 없었던 꽃의 색과 가녀림까지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습니다.


  
위 백합사진의 경우는 화사한 맛이 더 좋은 꽃이긴 합니다만, 비 내린 와중에 나무그늘 속에 피어있는 노랑색백합을 적색 백합을 배경 삼아 대비시켜 봤습니다. 어차피 흐린 날에 화사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색다른 느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은 연 잎 뒤편에 붙어있던 잠자리 유충의 허물입니다. 직사광이 없던 비 오는 날이었기에 가능한 사진이죠. 이 사진을 해가 떠있는 상태에서 찍었다면 연 잎 아래쪽이 그늘져서 유충의 허물 쪽으로는 시선이 가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그런 날씨였다면 이 사진을 찍을 시도를 하지 않았겠죠.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 바로 이 빛의 성질입니다. 흐리고 짓궂은 날씨라고 해서 나쁜 빛이라고 단정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그 때서야 비로서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있는 것이고, 화창하면 화창한 대로 찍을 사진이 있는 것입니다. 굳은 날씨에 화창한 느낌의 사진을 만들려고 할 때나, 그 반대의 경우들이 생기는 경우에는 부득이 장비의 도움을 얻어야 합니다. 스트로보를 사용해서 빛을 보충하던가, 그늘 막 같은 것으로 빛을 가리기도 해야겠죠.


비가 오는 날에는 빛도 부드럽지만, 자연을 돌아보면서 색다른 만남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비 오는 날의 또 다른 매력인 것이죠. 사진들을 보실까요~?
  


 
거미집에 비가 송글 송글 맺혀 보석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거미줄의 모습은 이슬비가 내릴 때 풀숲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연못 위 난간 바깥쪽에 집을 지어놓은 터라, 촬영각도에 어려움이 있어 배경을 다르게 가져갈 수 없긴 했습니다만, 빗 방울 맺힌 거미집에 거미가 공사하러 다니는 모습만으로도 특별한 모습이죠.
 




 
자연이 만든 영롱한 보석들이 꽃에 맺혔습니다. 가끔 사진 촬영 나가서 꽃이 싱그럽지 못하다고 물 한 모금을 입에 넣고 꽃에 ‘푸…… ‘하고 뱉는 분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뱉은 물 때문에 꽃 잎이 당장 싱그러워지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싱그런 꽃을 찍으려면 이른 아침 이슬이 맺었을 때나 위 사진처럼 빗방울에 촉촉하게 젖어 꽃잎이 탱탱할 때를 맞춰나가야지, 메마른 날씨에 나가 싱그런 꽃을 찾는 것부터 잘못 된 것일 겁니다.




아래 검은 다리 실 베짱이 유충의 사진들도 모두 같은 날 비 내리던 와중에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비가 내리던 길을 걷다가, 비를 피하기 위해 꽃 봉오리에 속으로 들어가 있는 곤충들의 특성을 기억하고 백합 꽃 속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러 꽃들을 살펴보다 보니, 역시나, 백합꽃 속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검은 다리 실 베짱이 유충’을 발견했죠.



 

그렇게 이 친구랑 한참 사진을 찍고 있다 보니, 비가 그치고 하늘이 열렸고 베짱이 유충이 백합꽃 속에서 나와 세상구경을 하더군요. 비에 먼지가 씻겨 내려간 터라 청명한 공기와 백합들의 노란 배경이 어우러져 맘에 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 때 시간이 12시30분경이었음을 생각해보면, 비 오는 날이 아니었다면 절대 촬영할 수 없는 색감의 사진이었을 겁니다. 어떠세요~? 베짱이 유충이 비 그친 후 세상 구경하러 나온 느낌이 그대로 느껴지시나요? ^^




 


한참을 꽃잎에서 두리 번 거리며 움직이던 베짱이가 다시 백합꽃 속으로 들어가면서 포즈를 취해주네요. 이제부터 쉴 테니 조용히 하라는 것처럼요. 30여분의 시간이었습니다만 무척 즐거운 촬영이었습니다. 이런 사진 찍으면서 뭐가 즐거우냐? 라고 물으시면 드릴 말씀이 없긴 합니다만, 촬영하면서 내내 시간가는 줄 몰랐으니까요.

 

 


 


비가 그치고 나니 비를 피해있던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비에 촉촉해진 백합도 생기가 넘치는 것이 더 아름답네요.





오늘은 시리즈의 처음으로 올리는 글이라 프롤로그와 함께 빛이라는 주제로 글을 올려봅니다. 앞으로의 글들은 후반부의 내용처럼 작성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샘플 사진들을 보여드리면서 그 사진을 찍기 위해 필요했던 이론 적인 내용들에 대해 설명도 드리면서, 피사체를 바라보면서 제가 느꼈던 느낌과 이론 외적인 제 경험들을 토대로 부연 설명을 드릴 생각입니다. 한편의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으시면서, 드문 드문 이론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도 배워 보실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사진생활 하세요.